소강절 활자본

  • 연대: 1926
  • 저자: 미상
  • 출처: 구활자본 고소설전집 26권
  • 출판: 은하출판사
  • 최종수정: 2017-01-01

득연도 말은 못하나 속은 잇슴애 세 사람은 마음이 서로 빗취엿다

일애는 부친의 병증을 알엇슴에 별다른 약을 쓸 것도 업시

가언을 뫼시고 부적을 가지고 병측을 잠시도 ᄯᅥ나지 안이하니

정신이 아조 업든 위흥은 정신을 조금 찰혀 눈을 ᄯᅳ고 ᄯᅡᆯ을 보며

수일 새는 무엇이 몸을 ᄶᅵᆨ어 눌너 정신이 도모지 업더니

오날은 ᄶᅵᆨ어 눌느는 것이 업스니 조곰 살 ᄯᅳᆺ하다

ᄶᅵᆨ어 눌으는 물건은 혼몽 중에도 본즉

혹 사람도 갓터 뵈이고 혹 배암도 갓터 뵈이더라

일애는 부친의 말슴을 듯고 선생의 편지를 생각하여 보니

배암의 귀신임을 분명히 알지만은

부친의 병심도 편케 하고 가언의 겁심도 업게 할 양으로

시침코 예사로운 말로

병환 중 정신이 업스신 ᄯᅢ에는 헛것이 흔히 뵈입지오

강절 소선생ᄭᅦ서 저 어룬을 지시하여 보내시와

아버지 병환이 차차 나실 도리가 잇사오니 아모 걱정 말으십시오

수일만 지나오면 평복이 되심니다

대답하고 안색이 태연하다

병인은 다시 말대답할 근력이 업든지 드를 만하고

가언은 병을 곳처줄 재조가 잇는지 그럴사하고

득연은 일애의 지극한 정셩을 공경하고

일애는 득연의 진실한 행동을 밋버한다

이러구러 해가 지고 그럭저럭 밤이 되여

바람소리가 우수수하는 곳에 나무입새도 ᄯᅡ라 우수수하고

밤 빗치 우중충한 ᄯᅢ에 산 밋 집이 더욱 우중충하다

우수수하는 나무 알에요 우중충한 한 뒤문 밧게

별안간 이묵이 우는 소리 갓흔 귀곡성이 일어나며 가언을 을너댄다

이 놈 가언아 네가 무슨 ᄭᅡ닥으로 남의 원수를 갑지 못하게 하느냐

네가 물너가지 안이하면 내가 너ᄭᅡ지 죽이리라

하면서 나무 밋헤서 와삭바삭하는 자최가 돌연이 갓가워지며

창문 밧게로 왓다 갓다 하는 모양이 현연이 뵈는 듯하다

래종래 들리지 안튼 귀신의 소리와

이ᄯᅢ것 뵈이지 안튼 귀신의 긔척이 엇지 하여 오날 밤에 처음으로 생기느냐 하면

당초에 거리ᄭᅵᆷ 업시 왕래하든 귀신이 부적을 무서워하여 들어오지 못함애

사람을 공동하여 ᄶᅩᆺ처내이자는 의작이라

병인은 압흔 중에도 그 소리를 드럿는지 형각이 업시 혼혼하고

득연은 아는 속이나 그 지경을 당하더니 두서가 업시 황황하고

가언은 간이 콩닙새 만하여 화등잔 갓흔 눈으로 안젓고

일애는 긔가 산ᄯᅥᆷ이만 하여 옥구술 갓흔 소리로 ᄭᅮᄶᅵᆺ는다

이놈아 네가 불효한 놈으로서 효성이 지극헌 우리 부친ᄭᅦ 엇지 감히 범하느냐

진작 물너가지 안이하면 풍도지옥에 잡어너어 영영 환생되지 못하게 하리라

이놈^ 썩 물너기지 못하느냐

일애의 ᄭᅮ지람을 ᄯᅡ라서 귀신도 ᄭᅮ짓고

귀신의 소리가 긋치면 일애가 ᄯᅩ ᄭᅮ즛기를 반밤이나 하다가

닭의 울음소리가 들린 이후에는 귀신의 소리가 점점 멀어지며

병인의 정신이 차차 돌어와서 권하는 미음도 먹고 뭇는 말도 대답헌다

가언의 부자는 이ᄯᅢ것 귀신이 엇던 놈의 귀신인지도 몰낫다가

일애의 ᄭᅮ짓는 소리를 듯고야 비로소 그 귀신이 불효 놈의 귀신임은 대강 알엇다

인하여 날이 새웟슴애 밤잠 못잔 사람들이 낫잠을 참을 돌이다가

낫을 ᄯᅩ 보내고 밤을 ᄯᅩ 당하여 귀신은 ᄯᅩ 오겟는대 광경이 ᄯᅩ 엇더 할지

헛늙은 가언은 겁붓허 집어먹고 말조차 못하는대

녀자로서 겁 업시 귀신을 ᄭᅮ즛는 일애에게 감동된 득연은 본래 효자의 마음이라

겁이 제절로 업서저서 귀신이 ᄯᅦ를 지온대도 우숩다 녁이고 잇섯다

초생달이 넘어가고 이경 밤 ᄶᅳᆷ 되엿는대 귀신이 ᄯᅩ 와서 공갈을 ᄯᅩ 한다

오날은 내가 원수 갑는 날이다

너의 놈들이 치워나지 안이하면 한칼에 못우 놀^여 버리리라

하면서 시르렁 ᄶᅮ르룩 와지근 우닥ᄯᅡᆨ 별별 소리를 다 내이며 들어들 싼다

병인은 아조 혼침하여 말이 못되고

가언은 대단 경겁하여 숨을 치쉬고

득연은 부친의 겻헤 안저서 긔색이 평평하고

일애는 소리를 가다듬어서 호령이 통통하다

이 놈 네가 부모를 몰으는 놈이 원수는 엇지 아느냐

되지 안인 줄 몰으고 ᄯᅩ 왓스니

귀신이 되고서도 전과 갓치 우미한 심통이 그저 잇구나

음특하고 완만한 네 놈이 오듸를 감히 범할 ᄯᅳᆺ하냐

진작 물너가서 한우님ᄭᅦ 죄를 더 지읏지나 말어라

귀신은 다 된 일이 틀릴 지경임애 하직살 판으로

막 늘어 덤뷔여 문을 열치고 듸미다 보며 이를 악물고 발악을 한다

당초에 귀신의 형상을 무러보든 가언은 이런 ᄯᅢ에 보앗스면 자세이 알련만은

엇진 ᄭᅡ닥인지 고개를 잔득 숙으리고 안젓는대

귀신의 소위를 괘심이 녁이는 일애와 득연은 조곰도 요동이 업시 안저서

눈을 잠간 ^ 것읍 ᄯᅥ 삷혀보건대

귀신의 형상이 사람 비씃하나 다 되지 못한 사람이라

다강이는 맨숭맨숭하고 팔다리는 ᄶᅡᆯ막ᄶᅡᆯ막하고

얼넉얼넉한 검은 옷을 입엇고 늘늠늘늠하는 긴 혀를 내밀며

눈ᄭᅡᆯ은 톡 벼지고 허리는 헐신 길다

삼척 장검을 둘너 메고 백단 욕셜을 하여 가며 방에로 들어오려다가 돌우 물너선다

룡의 부적이 병인의 몸의 잇고

효녀와 효자가 좌우에 안저서 각각 그 부친을 옹위하엿스니

험울 벗지 못한 불효자의 귀물이 엇지 능히 범하겟는가

수십 차를 진퇴하다가 밤중이 지난 후에는 귀신이 크게 울며

애고 애고 이제는 보원할 날이 아조 업스니

이런 지원 극통한 일이 ᄯᅩ 어듸 잇슬가 애고 애고

이처럼 울며 하소연 하다가 할 수 업는 사세닛가 아조 가는 모양이라

귀신이 물너갓슴을 보는 일애와 득연은 병인을 구호하여

그 밤이 지난 후엔 완연이 회생하여 동작이 임의롭다

수 일이 지난 후에 요얼이 거근되엿슴을 아는 일애는

선생의 편지^를 내여 놋코 귀신의 래력을 설파함애

위흥은 자연이 놀내려니와 가언 부자도 새로이 놀냄을 마지 안이한다

가언은 위흥 부녀를 대하여 룡의 란리 맛나든 일을 자랑 삼어 이약이하니

위흥은 송구한 긔색이 알코난 후 파리한 얼골 구역에 가득 채웟고

일애는 감격한 눈물이 입고 굴든 해여진 적삼자락을 흠벅 적신다

한참만에 일애는 눈물을 것우고 단졍이 안저서 부친ᄭᅦ 고하기를

소녀가 자원한 말도 잇삽고 선생의 가르치심이 그러하오니

소녀는 득연을 좃칠 밧게 업소이다

하엿스니 위흥은 도리를 짐작하고 경계가 분명한 사람일 ᄲᅮᆫ 아니라

한울의 명의와 선생의 지도가 계신 바에 자긔가 무슨 개론이 잇겟는가

추연이 옷깃을 것우고 흔연이 가언을 향하여

우리는 한우님 처분과 선생님 지휘를 준행할 밧게 업스니

자녀를 밧구어 혼인은 지내려니와 어늬 ᄯᅢ ᄶᅳᆷ 지내스면 조흘ᄭᅡ요

가언은 며누리 한아 엇을 양으로 룡의 조화도 구경하엿고

배암의 란리도 격거 보아서어 진혼이 다 ᄲᅡ지고

죽을 힘을 다 들여서 겨우 며누리 가음 한아를 엇어 노은 바에

ᄯᅩ 언제를 기대릴길이 잇겟는가

당각 내에 성례를 식일 언론이얏다

형의 병환을 곳치는 날이 나는 며누리를 엇는 날이니

날을 다시 갈힐 것도 업고 형의 집 사세로 보면

이 다음에도 별달는 준비가 업슬 터이오

나의 형편으로 말하면 하루가 밧분 터이니

아주 이 자리에서 작수성례를 식힙시다

하엿스니 가언은 본래 주변성이 업다더니 이번에는 주변성이 무던하다

위흥은 그 말을 듯고 감안이 마련컨대

그의 말이 근리할 ᄲᅮᆫ 아니라 사세된 법이 그의 ᄯᅳᆺ을 거스를 수도 업슴애

아모 말 업시 ᄯᅡᆯ을 물그름 보는 ᄯᅳᆺ은 너의 ᄯᅳᆺ이 엇더하냐 하는 ᄯᅳᆺ이지만은

일애는 몸 한아 밧처스니 어룬의 조처만 바랄 ᄯᅡᆯ름이라

조만이야 다시 말할 리가 잇는가

말이 업시 안젓고

득연은 효순한 사람이라 부친의 말슴대로만 준행할 ᄯᅡ름이니

그 날 그 일에 권리는 독히 가언에게만 잇다

마루에 지^직 한 닙 ᄭᅡᆯ고 소반에 냉수 한 그릇 ᄯᅥ놋코

득연과 일애를 마주 세워 절 두 번식 식인 후에

두 부친이 절 한 번식 밧어스니 그만하면 성례라

두 아비가 갓치 안저서 아들과 ᄯᅡᆯ을 밧구엇스니 그것이 성례가 안이고 무엇인가

가언의 집은 룡의 ᄯᅡᆯ이 ᄶᅡ준 비단으로 ᄭᅳᆫ을 잡어 살기가 걱졍 업거니와

위흥의 집은 배암 귀신의 독한 작란으로 패를 맛나 사세가 더구나 마련이 업다

집은 빗 갑에 처서 내여 주고 약간 즙물 부시렉이는 가언의 부자가 밀방 걸어 질머지고

위흥은 집행이 집ᄭᅩ 우위되고 일애는 치마 쓰고 신부례 하엿스니 그만하면 신부례라

남편은 싀부가 뒤에서 호행하고 친부가 합헤서 인도하엿스니

그것이 신부례가 안이고 무엇인가

가언은 며누리를 다리고 자긔 집에 이르럿스니

싀어머니 업는 집안에 며누리가 주장이라

일동 일졍을 다 쓸어 맛기고 아들과 위흥을 다리고 선생 문하에 나아가서

엇그적게 평발로 가든 득연이가 오날날 성관한 모양으로 뵈옵는다

선생은^ 득연의 절을 밧으시고 가언을 향하여 허허 우으시며

룡도 보고 견듸엿는대 배암을 보고 그 닷이 무서워한단 말가

룡이 아니면 배암을 제어치 못하고 배암을 제어치 안이하면 인연을 찻기가 어려우니

이는 한우님ᄭᅦ서 효자 효녀의 인연을 일우어 주심이오 사람의 힘이 안이얏다

그 말슴 듯는 가언은 선생ᄭᅦ 싯익은 사람이라

의레이 그러려니 넉여 별달는 말이 업시 며누리 엇어주신 치사만 할 ᄲᅮᆫ이오

위흥은 ᄭᅮᆯ어 업듸여 눈물을 흘리며 목숨 살려주신 은덕을 사례하니

선생은 순레로 대접하실 ᄲᅮᆫ이엿다

수일 지난 후에 일애는 술 한 병과 실과 한 그릇을 졍결히 준비하여 손수 들고

남편과 두 부친을 ᄯᅡ라 선생ᄭᅦ 나아가 두 번 절하고

단졍히 안저서 부친의 목숨 건저주신 은혜를 칭송하니

선생은 자질의 체례로 대접하시며 좌중을 향하여

득연의 혼인에 룡녀의 힘이 업지 안치만은

힘은 빌어 쓸지언정 ᄶᅡᆨ은 짓지 못할 것이

사람의 ᄯᅡᆯ이라야 사람의 ᄶᅡᆨ이오 룡의 ᄯᅡᆯ은 사람의 ᄶᅡᆨ이 안이얏다

내가 그^려함을 알면셔도 졍한 운수가 잇슴으로

짐즛 룡녀를 불너 그 힘을 빌어 쓰자 함이지

선생의 말슴을 드른 좌중 사람들은 송연한 안색으로 흡연이 칭사하니라

가언은 착한 아들과 어진 며누리가 집을 맛흔 후로는 가세가 졈졈 늘고

손자도 차차 보아 자미롭게 지내고

위흥은 조흔 사위와 지극한 ᄯᅡᆯ에게 몸을 의지한 후로는

신세가 안안하고 의식이 조조하여 걱졍 업시 지내며

두 사람은 날마다 선생ᄭᅦ 나아가 한담하고

왼 집안이 말마다 선생의 대덕을 일것더라

선생은 송나라 국운을 수노와 보시니

수백 년 후에 오랑캐 원나라에게 ᄲᅢ앗기겟는지라

분하게 녁여 원나라 운수를 노와 보니

팔십 년 후에는 명나라에게 ᄲᅢ앗기겟는지라

다행이 녁여 명나라 운수를 노와 보니

이백여 년 후에 오랑캐 청나라에게 ᄲᅦ앗기겟는지라

한등을 간걸너 오랑캐가 들어옴을 분하게 녁여 청나라 운수를 노와 보니

삼백 년 후에 제 ᄶᅵᆯ로 망하고 몽고가 들어서겟는지라

연두등을 오랑캐가 들어^오겟슴을 크게 분하게 녁여

수갓이를 내여 던지고 다시 놋치 안이하섯다

선생은 그러한 도술이 잇슴애 당신이 하세하실 날을 알으시는지라

그 날을 당하여 당신 안지신 곳 사면에 천라지망을 베풀어

렴라사자가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안지섯는대

선생의 친구 명도 선생은 도술을 행하시든 안이 하시되

도술을 하행하는 법은 다 알으심애

강절이 하세하실 날을 알으시고 영결하려 차저 가섯더니

강졀이 그런 거조를 하시는지라

명도는 강절을 향하여 천명을 순행하게 밧지 안코 저것이 무슨 즛이냐 책망하섯슴애

강절은 크게 웃고 나아와 자리를 펴고 누어 하세하시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