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절 활자본

  • 연대: 1926
  • 저자: 미상
  • 출처: 구활자본 고소설전집 26권
  • 출판: 은하출판사
  • 최종수정: 2017-01-01

당치 못한 일이 못아 책에서 생기는 것이기에

내가 책을 못아 업새고 가는 터이니 주인이 들어오거든 일너라

너에게는 책망이 업느니라

말을 맛치고 표연이 나아 가더니 간 곳이 업다

가언은 졸지에 불ᄭᅳ럼지를 맛나 상말로 재강아지가 되여 우두머니 안젓다가

로인이 간 연후에 정신을 찰혀 보니

몸이 데여 버서진 데는 업거니와 책은 여지 업시 태여 버렷스니

남의 부탁드른 보람이 무엇인가

신세된 법이 비유하자면 진시황 당년에 서책 살느는 감동관 ᄶᅳᆷ되엿다

한 번 탄식하고 다시 생각기를

그 분이 누구인지는 몰으겟스되 걸린 문을 손도 들이민 적 업시 열고 들어오고

삼애 속에 불을 넛코 단이는 것을 보건대

그 분의 조화도 이집 주인의 조화만이나 하다만은

대체 나는 주인을 보고 무엇이라 말을 하나

이 지경을 만드러 놋코 주인이 들어오기 젼에 집에로 가는 것은 더구나 일이 안이니

기대리고 잇슬밧게 업다 하면서

비와 쓸에밧기를 차저서 농사군의 걸음 파내듯이 재를 말금 담어내고

문을 헐신 열어놋코 팔을 베고 누^엇스니

서책이 업서진 방안이라 통창하고 연긔를 헷치는 바람도 들어와

시원한 긔운이 민망한 마음을 조곰 헷처 주는 듯하다

그제야 선생의 집안 사람 한둘과 이웃 사람 세넷이 모혀 들어

가언다려 무러 그 일을 알고

이상하니 괴상하니 그 분이 누군데 어듸서 와서 어듸로 갓나 하는

쓸데업는 소리로 즛걸거린다

저녁볏치 감아귀 날개에 빗나고 풀은 풀이 당나귀 굽통에 얼키는 석양 산로에

선생이 비로소 들어오시더니

ᄯᅳᆯ 밋헤 이르러 나귀에 내리시며 가언을 보시고 웃는 낫흐로

놀내지나 안엿는가

내가 잘못한 일이지

형은 무안할 것 업서 종일 여긔 잇서서 궁금할 터이니

어서 형의 집에 도라 가서 보라니

하시는 말슴을 듯건대 발서 그러할 줄ᄭᅡ지 알면서 식이신 모양 갓고

ᄯᅩ는 집에를 가서 보라 하시니 필연 묘맥이 잇는 말슴이라

혹시 그 로인이 이 집 서책 살으듯긔 우리집을 마저 살으지나 안엿는가

의심이 벗석 나는 가언은 선생ᄭᅦ 사과할 결을도 업시 불나케 나아와

별 갓치 가면서 바라보니

집은 다행이 무사하나 살이^문에 들어서니

닭의 손자는 마당에서 싸홈을 하고 제비 싯기는 붕당에서 이약이 하는대

아들도 업고 며누리도 업고

ᄶᅡ는 비단을 다 ᄶᅡ서 걸어노은 비단틀만 우두머니 서서 ᄶᅡ는 주인을 기대리는 둣하다

아들은 밧게로 나아가기가 예사어니와

며누리는 소피를 하려 가는가 짐작하고 한참 안저 기대렷스나

소피는커녕 소식도 업다

가언은 의심 내여 문밧게로 돌우 나와 소리를 크게 질너

득연아

불넛스니 아들의 일홈이 득연(得淵)인가 보더라

득연은 그 부친이 자긔 불느는 소리를 듯고 이웃집에로서 ᄯᅱ여나아오며

아버지 엇지 이제야 오심닛가

나는 아버지 오시기를 퍽 기대렷슴니다

득연의 이 말을 의심 업는 ᄯᅢ에 드르면 예사롭지만은

의심 잇는 ᄯᅢ에 드르면 놀랠 만도 하다

의심 잇는 가언은 자연이 놀내여 어리둥절하고 섯는 □

□제 말ᄭᅳᆺ 홀이여 ᄯᅩ 이약이 한다

앗가 한낫 ᄶᅳᆷ 되여서 엇던 로인 한 아이 검은 옷을 입고 검□

□리 집에로 쏜살 갓치 들어와서 그 색시다려 무에라 무에라 하더니

□한 그릇 ᄯᅥ오라 하기에 ᄯᅥ다 주닛가

그 로인과 그 색시가 두어 먹 음식 먹고 둘이 다 문밧게로 나아가기에

내가 의심이 나서 ᄶᅩᆺ처 나아가 보온즉

별안간 평지에서 구름이 이러나더니

로인과 색시는 그 구름을 타고 반공중에로 올너가읍듸다

내가 그 일을 보고 무슨 야단이 날ᄭᅡ 겁이 나서

이웃집에 가서 이ᄯᅢᄭᅡ지 숨어 잇다가

지금 아버지ᄭᅦ서 불느시는 소리를 듯고 나아왓슴니다만은 그 일 대체 왼일이오닛가

하고

ᄭᅳᆺ말에 왼 일임을 무럿스니

아들도 그 일을 몰으거니와 아범은 그 일을 알 수 잇든가

그 일을 모르는 가언은 한참을 무연이 섯다가

아들다려 집을 보라하고 선생ᄭᅦ 무러 보려 간다

가언은 선생 압헤 나아가 무슨 말을 뭇기도 전에 선생이 먼저 말슴한다

나는 책을 태우고 형은 며나리를 일헛스니 두사람이 다 낭패로고

가언은 선생이 발서 알으심을 보고 긔가 막히든지

숨을 휘 내여쉬며 한편에 비켜 웅숭거리고 안저서

선생이 다 알으시는 바에 여러 말 할 것은 업소만은

대저 그 녀자는 누구며 그 로인은 누구예요

그 곡절이나 좀 아옵시다

선생은 그제야 신색을 장제히 하시고 말슴을 자세이 하신다

그 로인은 룡이요 그 녀자는 그 룡의 ᄯᅡᆯ인대

그 녀자가 본래는 옥경에서 사환하든 비자로서

상제ᄭᅦ 죄를 짓고 하게에 귀향와서 룡의 ᄯᅡᆯ이 되엿다가

이제는 죄를 벗는 긔한이 되여 오날 오 시에 돌우 상계에로 올너갈 터인ᄃᆡ

내가 쳔긔를 루설하는 죄과를 짓는 줄 알면서도 운액이 당도함을 면치 못하겟기로

바다를 통한 연못에 부적을 던저 룡의 ᄯᅡᆯ을 불넛슴애

룡녀는 나에 부적을 거역지 못하는 조건이 잇슴으로

나의 명령을 좃처 형의 집에 왓는대

룡은 ᄯᅡᆯ을 ᄲᅢᆺ기고 분한^ 마음을 품엇다가

내가 집에 잇지 안인 틈을 타 나의 책을 살너 업새고 저의 ᄯᅡᆯ을 다려가는바

그 룡이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조화가 업슴은 안이지만은

룡은 정직한 신령이라 남이 몰으게 하는 행동이 업는 고로

사람을 찻이며 문을 열라 한 것이니

형이 만일 긔침만 안엿더면 오 시가 지난 후에는 할 수 업시 물너가

나의 책도 살으지 못하엿겟고

저의 ᄯᅡᆯ은 인하여 셰계상 사람이 되여 형의 며누리 노릇을 할 번도 하엿스나

천지만물이 못아 정수가 잇서서 나의 책도 오날 오 시에 업서질 운수를 당하엿고

룡에 ᄯᅡᆯ도 오날 오 시에 돌우 올나갈 운수를 당하엿스니

한울이 정하신 운수를 사람의 힘으로 엇지 돌의키겟는가

그러함으로 내가 일을 당할 줄 알면서도 몸소 잇셔 방비치 안코 친구를 심방한 것이오

방을 아조 비워 두엇스면 일이 업섯슬 ᄯᅳᆺ하나

운수가 그러한고로 짐즛 형다려 직히라 한 것인대

룡이 책을 살으지 안코는 그 ᄯᅡᆯ을 다려가지 못하느냐 하면

내가 책을 태운 후에 분을 내여 ᄯᅩ 도술을 행하여 저의 ᄯᅡᆯ을 돌우 ᄲᅢᆺ아서 오면

한울ᄭᅦ 험울^을 더지읏는 것임애 다시 안이할 줄을 그 룡이 다 아는 고로

나의 책을 살너 저의 분풀이를 하고 ᄯᅡᆯ을 다려 간 것이로세

이 일장 설화를 드른 가언은 ᄭᅮᆷ을 ᄭᅮ는 듯 술을 먹은 둣 정신 업시 안젓다가

그러면 당초에 우애 룡의 ᄯᅡᆯ를 불넛섯소

룡의 ᄯᅡᆯ만 불느시지 안엿더면 아모 일도 업섯슬 것 안인가요

질문 비슷 원망 비슷하게 말한다

선생은 다시 이연이 우으시며

형의 말도 그리할 ᄯᅳᆺ 하나

내가 룡의 ᄯᅡᆯ을 불으지 안는대도 오날 오 시에 텬화가 일어나서

나의 책을 태우는 ᄯᅢ에 집과 집물ᄭᅡ지 다 타겟스니

찰하리 룡의 손만 비러 책만 태우는 것이 올치 안이한가

룡의 불은 돌만 사르는 고로 바둑ᄶᅩᆨ 갓흔 돌로 책에 돌 긔운을 쏘여서

책만 살넛고 다른 물건은 살으지 안이한 것일세

나의 집 리해로는 그러하고 형의 집 리해로 말하면

냉수 한 그릇 밧게 허비한 것이 업고 비단갑을 만히 취하엿슬 ᄲᅮᆫ 안이라

그 냉수 갑도 잇슬 터이지

그러면 룡의 불로 책만 살으는 것이 오히려 다행하겟는대

우애 나다려 방을 직히여 소리를 내이지 말어 룡이 못 들어오게 하라 하섯소

그는 다름 안이라

룡이 ᄯᅡᆯ을 빼앗기고 분노하여 상제ᄭᅦ 알위고 남방 화덕진군에게 요구하여

오날 오 시에 소옹의 집을 불 살너 주되

내가 먼저 가서 ᄯᅡᆯ을 찻거든 그만두라 하엿스니

만일에 형이 소리를 내이지 말고 반 시간만 넘겻더면

룡이 물너가는 ᄯᅢ에 시간이 발서 지나서 화덕진군도 그저 물너갓슬 터인대도

시천정이 잇스니 엇지 인력으로 하겟는가

가언은 당장에 보는 자긔의 집일도 몰으는대

선생은 뵈이지 안는 천신의 일을 말슴하시니 것잇 말슴 하실 리는 업슴애

다시 무엇이라 대답하겟는가

벙벙하니 안젓다가 혼자말로 괴탄이라

며누리 며누리 하다가 며누리라구 한아 엇는다는 것이 불집만 일의케고 헛일이 되엿스니

이제 며누리는 아조 책장을 덥헛군

이 말이 가언은 되는대로 하는 말인대

선생은 운치 잇게 드르섯든지 그 말을 다시 뇌여 가시며

그 마음을 슬ᄶᅥᆨ 위로하신다

불집을 일의키고 책장을 덥헛다는 형의 말이 지금 당한 일에 대하여 매우 절당한 말이로고

연분 닷는 ᄯᅢ를 당하면 며누리는 ᄯᅩ 엇어 오지

하신는 말슴 가온대 ᄯᅩ 무슨 묘맥이 잇슴을 알고 깃거하는 가언은

당장에 안저서 ᄯᅩ 졸으겟는 렴치는 업는지

언제ᄭᅡ지든지 ᄯᅢ를 기다려 보리라 생각하고

룡녀가 ᄶᅡ노은 비단을 팔어 선생이 ᄭᅱ이시든 은자도 갑고

의복과 음식에 구간함이 업시 태평이 지낸다

세계는 망망하고 광음은 훌훌하다

눈 한 번 ᄭᅡᆷ작일 동안에 하루 잇틀 지나가고

소ᇇ가락 통긔는 사이에 사오삭이 되엿다

화로에 전자 연긔 살아지고 영창에 가을볏치 가득한 서재에 안지신 선생은

가언을 향하여 종용히 말슴하되

여긔서 동편에로 삼십 리를 가면 월은촌(月隱村)이란 동리가 잇고

그 동리에^ 위흥(魏興)이란 사람의 집이 잇는대

그 집 주인 위흥은 과년한 ᄯᅡᆯ 한아만 다리고 지내다가

출가도 식이지 못하고 자긔가 병이 들엇스니

그 병은 전생 업원으로 귀책을 맛나 할 일 업시 죽을 지경이오

ᄯᅩ 가세가 극빈하여 의약을 시험할 도리가 업슴으로

그 ᄯᅡᆯ이 진심 갈력하여 구료하다가 이제는 지진두가 되엿슴애

그 ᄯᅡᆯ이 자원하기를 부친의 병을 곳처 주는 사람이 잇스면

몸을 밧치여 은헤를 갑겟노라 하는 터이니

그 녀자는 효성이 잇는 사람이오 형은 심덕이 잇는 사람이니

그 효성과 그 심덕으로 그 귀신을 ᄶᅩᆺ처 그 병을 곳처 주고

그 녀자를 다려다가 형의 자부를 삼엇스면 엇더하겟는가

이 말슴 듯는 가언은 며누리 엇으라는 말에는 감질이 닛지만은

귀신 ᄶᅩᆺ치라는 말에는 ᄯᅡᆷᄯᅢ가 눌리는지 정분만 밋고 핀잔을 준다

여보시오

선생이 엇지 그런 어림 업는 말슴을 하시오

효 잇는 며누리를 엇오라 하시니 좃키는 좃소만은

내가 무슨 심덕으로 귀신을 ᄶᅩᆺ는단 말이요

신을 ᄶᅩᆺ치려 하다가 내가 마저 귀신이 되자구요

선생은 귀신 ᄶᅩᆺ기가 어린 아해 ᄶᅩᆺ기 갓흘 터이니

그 귀신을 선생이 ᄶᅩᆺ처서 그 녀자로 나의 며누리를 삼ᄭᅦ 하여 주섯스면 좃치요

이처럼 말하여 흥성 붓처주는 사람에게 되구슬을 붓는다

가언의 언론도 괴이치 안치만은 선생은 종말을 아르신고로

당신이 담당치 안이시고 가언에게 다시 개유하신다

심덕이 잇스면 갑의 여이 놀내지 안일 것이요 효성이 잇스면 무엇을 거리ᄭᅵ겟는가

그 녀자는 형과 갓치 잇기를 거리ᄭᅵ지 안코

형은 귀신을 보아도 놀내지 안이하면

귀신도 할 일 업시 물너가고 혼인도 제절로 될 터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