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절 활자본

  • 연대: 1926
  • 저자: 미상
  • 출처: 구활자본 고소설전집 26권
  • 출판: 은하출판사
  • 최종수정: 2017-01-01

어듸 변통하여 보지

하시는 말슴이 ᄯᅥ러젓다

가언은 그 말슴을 드른 후로는

며누리를 엇어 노은세음 잡고 남에게 연방 자랑도 하여가며

어듸서 여간 혼구도 빌어오며 서드는 품이 야단이언마는

선생은 말리지도 안코 알앙곳도 업시 저 하는 대로만 내버려 두시다가

하루는 조희에다가 이상스러운 글자를 몃 자 써서 가언에게 맛기시며

이것을 가지고 여긔서 서편으로 삼십리를 가면

이러 이러한 곳에 룡소라는 연못이 잇슬터이니

그 연못에 던지고 곳 돌아와서 여긔도 오지 말고 형의 집에 잇습소

하신다

가언은 엇진 ᄭᅡ닥을 몰으지만은

선생의 가르치심을 준행할 밧게 업슴애

그 즉지에 나서서 삼십 리를 가보니

물이 충충한 연못은 뭇지 안여도 룡^소라

손에 가진 조희 ᄶᅩᆨ을 돌에 싸서 물에 넛코

뒤도 돌아보지 안코 발우 집으로 왓다

초생달이 넘어가고 삼경 밤이 되엿는대

가언은 나무 등경에 불을 켜고 아들을 다리고 안젓더니

홀연이 살이문 밧게 수레 소리가 린린하고 등롱불이 황황하며

십여 명 시녀가 천선 갓흔 낭자 한아를 옹위하여 들어오는바

이상한 향긔가 코에 쏘이고 조요한 광채가 눈을 ᄲᅢ아서

사람인지 귀신인지 분변키도 어렵거든

며누린지 마누란지 생각이나 해것는가

가언 부자는 크게 놀내여 한구석에 ᄇᆡᆨ켜 서서 그 거동만 삷혀 보니

옹위하엿든 시녀들은 어늬 결에 나아갓는지

밧게 잇는 수레 등롱ᄭᅡ지 어언간에 간 곳이 업고

그 낭자 혼자만 초연이 섯다가

구름치마를 것우어 안ᄭᅩ 달노리개에 소리를 내며

버들 눈섭을 갓추고 련ᄭᅩᆺ 거름을 옴기어 가언의 압헤 나아와

두번 절하고 앵도 갓흔 임을 열어 구술 갓흔 목소리로

천한 사람이 ᄃᆡᆨ에 잠간 멈우를 인연이 잇기로 왓사오니 어엿비 녁이십시오

하는 말이 애연하고도 처연하다

가언은 졍신이 현황하고 신체가 국축하여 감히 대답지 못하고 혼자 의심만 내인다

저 사람이 어듸서 온 사람이란 말가

귀신의 희롱이 아니면 선생의 조화겟지만은

저 사람이 며누리 노릇을 할 양이면 우리 집에는 상전이 한 분 생겻구나

무연고 이 죳츨 수는 업슨 즉 엇더든지 뒤ᄭᅳᆺ치나 보리라

하고 몸을 ᄲᅢ여 건넌방에로 들어갓는대

그 아들도 긔가 담ᄲᅮᆨ 질리는지 눈을 발우 ᄯᅳ지 못하며

부친게신 방에로 들어가고 낭자를 접대함이 업섯스나

낭자는 노여함도 업고 깃버함도 업시

방에 잇섯는지 밧게 잇섯는지 잠을 잣는지 밤을 새웟는지

밝은 후에 보아도 어제 저녁 모양이라

가언의 아들은 아침밥을 만드러 부친ᄭᅦ도 올리고

한 그릇을 가저다가 낭자 압헤 노으니

낭자는 별로 사양도 안이하며 조곰 먹지도 안이하고

옥병에서^ 술 갓흔 것을 옥잔에 ᄯᅡ루어 한 목음 마시고 감안이 안젓스니

그 옥병과 옥잔은 원래 그 낭자의 몸에 진엿든가 보더라

가언은 원간 조고마한 일이 잇서도 의례이 선생ᄭᅦ 취품하는 터인대

이런 큰 일을 당하엿스니 위선 선생ᄭᅦ 문의할 밧게 잇는가

밤에 잠도 자지 못한 사람이 아침밥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불이나케 선생ᄭᅦ 가서 걱졍스러운 말로

어젓게 그 편지는 가저다가 그 연못에 넛코 왓섯지오만은

우리 집에는 별별 일이 생겻서요

어제밤에 엇던 신부 한 아이 수레를 타고 종년을 만히 다리고 와서

수레와 종년은 즉시 다 보내고 그 신부 혼자만 처저 잇는대

감히 붓처 볼 수도 업게 점자느니 그 사람이 대체 누구요

선생은 필연 알으시겟지오

그ᄯᅢ 사람들은 물론 누구든지 소선생을 선생이라고만 불느는 고로

가언도^ 남을 ᄯᅡ라 선생이라 불은다

선생은 가언의 말을 드르시고 미미이 우으시며

며누리 노래를 일부일하기에 며누리 한아를 엇어 주엇더니

곰압다는 말은 업고 걱정스러운 말만 한단 말가

며누리가 미흡하여서 못 쓰겟다 함은 가커니와

며누리가 과하여서 못쓰겟다는 어듸 잇는 말인가

그 사람이 형의 며누리니 잘 그늘러 보소

가언은 며누리 몸살을 알튼 ᄭᅳᆺ혜 며누리 동테를 만낫스나

선생의 말슴이 그러시니 자긔의 임의로 할 수 업다

며누리가 된 바에는 셩명이나 알 양으로

우리 갓흔 사람의 며누리로는 넘우 지나가기에 그리한 말이지오

대체 그 사람의 셩명은 무엇인가요

선생 갓치 점지안인 좌지에도 친구 간에 롱담을 혹시 하든지 우으시며

셩명은 불느자 하는 것인데 며누리의 셩명을 알면 불을 터인가

셩은 며가요 일홈은 누리로만 알고 불느지

그러하나 그 녀자의 성졍이 개결하여 범^접하기가 어려우니

형의 아들에게 일너 서오날붓터 열이틀 되는 날ᄭᅡ지는

갓가이 가려는 생각을 두지 말게 하고

ᄯᅩ한 그 녀자는 재조가 능난하여 부려먹기는 조흐니

형이 대처에 가서 비단 ᄶᅡ는 틀과 실을 무역하여 그 녀자를 식여 비단을 ᄶᅢ엿스면

이 다음일은 엇더튼지 당장 군급을 면할 터이니 나의 말대로만 하소

말슴을 맛치시고 집안 사람에게 지휘하여

은자 몃십냥을 변통하여 가언에게 맛기시니

이는 비단 ᄶᅡ는 자본을 삼으라 함이라

대저 선생은 가세가 넉넉하든가

몃십 냥 은자를 엇지 그리 용이히 판출하느냐 하면 부귀를 구하지 안이하고

빈한을 편안히 넉이는 바에 엇지 넉넉한 재전이 잇겟는가

다만 집안 사람들을 놀지 안토록 지도하여 밧 갈고 베 ᄶᅡ서 의식을 공급하며

진구들이 서로 구제함이 잇스면 사양하지 안이하며

재물 쓰는 법이 규모가 잇서 항상 저축하여 불시에 씀을 준비하엿슴으로

지금 몃십 냥 은자를 용이히 판출하신 것이다

가언은 선생의 가르침을 듯더니 것탈로 우으며

그 녀자의 범절을 보고 내 아들의 거동을 보면

범하지 말라 하기는 고사하고 범하라 일는대도 생심코 범하지 못할 터이오

열 잇틀은 고사하고 열두 달 이후란대도 될ᄭᅡ 십지 못하옵듸다

비단이나 ᄶᅡ여 보지오

말을 긋치고 은자를 취하여 옷 속에 감추고

읍중에 들어가 비단실과 ᄶᅡ는 틀을 작만하여 집에로 가저다 노왓더니

그 녀자는 말을 듯지 안코서도 자긔다려 하라는 일인 줄 알고

틀을 놋코 실을 늘여 옥 갓흔 손으로 이리저리 ᄶᅡ는바

신선의 조화를 가진 듯 귀신의 수단이 잇는 듯

하루에 다섯 필식 무란이 ᄶᅡ 놋는대

그 비단은 품질이 별로이 조와서 내여다 팔면 가격이 월수히 만흐니

가언의 부자는 위선 재물 생기는데

비위가 밧삭 당긔여서 ᄶᅡ놋는 대로 가저다 팔고

새로 ᄶᅡᆯ 가음을 무역하여 오기로만 날마다 일삼어 며누리를 엇은 모양이 안이라

직조장을 안친세음이 되엿다

동리 게^집들은 색시 구경하기와 직조 구경하기에

절망 골하여 저의 집일은 못우다 낭패가 되는 줄도 몰으고

신선몰이에 도ᄭᅴ 자루를 썩인다

그 녀자가 가언의 집에 온 지 열 잇틀 되는 날에 선생은 도건을 쓰시고 유복을 입으시고

일필 나귀에 올너 안저 청의동자를 뒤세우고 어듸를 나아가시며

가언을 향하여

오날은 내가 친구와 상약한 일이 잇기로 부득불 심방을 가는 터이니

형은 나의 서재를 직혀주되 문을 단단이 닷어 걸고

혼자 잠잠이 안젓다가 오 시즘 되여 뉘가 밧게 와서 찻거든

긔척이 업시 대답지 말며 그 사람이 달래며 을느며

문을 열어라 대담을 하여라 별별 소리가 만흘 터이니

암만 그리 하더래도 마음을 요동하지 말고 소리를 내이지 말소

만일 조곰이라도 소리를 내엿다가는 큰 야단을 맛날 터이니 부듸 조심하소

선생의 이 말슴을 자세이 드른 가언은 의심도 나고 겁심도 나지만은

본래 생의 부탁^하시는 일에는 죽지만 안이할 일이면

사양치도 못하고 모피치도 안는 가언이라

할 수 업시 응락하고 서재를 직히는대

나무군의 타령조로 문만 걸고 낫잠만 잔다

요새 말로 하면 상오 열두 시 삽십 분ᄶᅳᆷ 되여

가언 누엇는 서재 밧게 과연 누구가 와서 사람을 찻는다

가언의 잠은 실상 잠이 안이라

겁심과 의심을 싸홈 붓처 놋코 구경하면서 거짓 잠을 자다가

방안에 누구 잇소

하는 소리를 언ᄯᅳᆺ 듯고는 가슴이 두근 두근하고

대답이 날 ᄯᅳᆺ 날 ᄯᅳᆺ하나

선생의 부탁을 밧엇슴애 마음을 도슬너 먹고 시침을 어엿이 ᄯᅦᆫ다

밧게 사람은 ᄯᅩ

여긔 누가 잇는가 십흔데 엇제 아모 대답이 업누

그려지 말고 문을 열라니

한다

가언은 작졍한 마음이 잇스니 대답을 할리가 잇는가

대답하기는 고사하고 숨소리도 업시 잇는대

밧게 사람은 달래여 보다가 안이 □□가

문 밋헤로 벗^석 닥어 서며 조곰 강경한 말로

대낫에 문을 우애 닷어 걸고 잇스며

사람이 사람을 찻는대 무엇이 겁나서 대답을 못하여

어서 열어

이 말 드른 가언은 대답은 안이 하나 겁결에 일어 안저서

손ᄭᅡᆨ지로 무릅확을 ᄭᅧ안ᄭᅩ 눈망울을 천장에다 굴리며

속마음으로만 하는 말이 나두 다 알어요 그만두어요 하면서

상말로 ᄭᅯᆼ 구어 먹은 듯이 쥐 죽은 듯이 긔척 업시 안젓스니

밧게 사람은 홰를 벗석 내여 소리를 놉혀 호령을 한다

네가 번연이 거긔 안저서 나의 말을 드른 체도 안이하니

네가 누구에게 ᄭᅬ움을 드럿나보다만은

일향 그리 하다가는 당장 내개 잡혀 나아와 큰 벌역을 당하리라

네 이놈 문을 썩 열지 못하겟느냐

하여 상거울 갓치 알고 ᄯᅢᆼ방울 갓치 을으는 서슬에

못생긴 가언은 담 덩이가 밧삭 졸아들고 겁 덩이가 불ᄭᅳᆫ 치밀어서

어마지두에 긔침 한 마듸를 컥 하엿다

그^ 긔침 소리가 ᄯᅥ러지자

별안간에 닷어 걸린 문이 제졀로 활ᄶᅡᆨ 열리면서

얼골과 수염은 희고 옷과 관은 검은 로인 한 아이 들어오는대

눈섭에 노긔가 은은하고 발ᄭᅳᆺ헤 행색이 표표하다

가언은 부지불각에 불우지변을 당하여

움치고 ᄯᅱᆯ 수도 업고 결우어 볼 수도 업슴애

속으로만 발악하기를 나를 잡어 잡수십시오 하면서

두 눈을 ᄭᅡᆷ작 ᄭᅡᆷ작하며 로인을 말ᄯᅩᆼ 말ᄯᅩᆼ 보는대

검고 센 로인은 검다 쓰다 말이 업시 삼애 속에서 바둑ᄶᅩᆨ 만한 돌 한아를 ᄭᅥ내여

방안에 싸인 서책을 향하여 이리저리 그읏고

ᄯᅩ 삼애 속에서 대물추리만한 조고만 병 한아를 ᄭᅥ내여 병막애를 쏙 ᄲᅢ더니

난대 업는 불이 그 병속에서 나아와 책을 못우 살으는대

순식간에 만 권 서책이 한조각도 남ᄶᅵ 안코 소존성이 되엿다

그러하나 그 불이 책만 태우고 다른 물건은 태우지 안이하여

책상이며 거문고며 의복이며 금침이며

기 외에 세쇄 등물ᄭᅡ지 태기는 고사하고 ᄭᅥᆯ지도 안엿스니

대저 그 조화도 이상한 조화가 안인가

로인은 책을 다 살느고 가언을 향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