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절 활자본

  • 연대: 1926
  • 저자: 미상
  • 출처: 구활자본 고소설전집 26권
  • 출판: 은하출판사
  • 최종수정: 2017-01-01

아모 념려 말고 내 말대로 하소

이 말슴 듯는 가언의 생각이라

념려말나 하는 말슴으로 보면 귀신이 나를 잡어 가든 안일 모양이니

나를 잡어 가지만 안일 양이면 어려울 것이 업거니와

놀낸다^는 말슴으로 보면 귀신의 모양이 암아 흉악한가보다 하는 마음으로 다시 뭇기를

선생 갓치 고명한 좌지에는 귀신을 보려니와

나갓치 우미한 위인으로도 귀신을 보는가요

대저 그 귀신은 무슨 귀신인데 모양은 엇더케 생겻스며

내가 맨손으로 가서 안젓서도 귀신이 제절로 물너 가ᄭᅡ요

선생의 생각이라

무슨 귀신이라 발우 말하야서는 더구나 무서워 할 터이니

탄평 대답할 밧게 업다 하고

귀신이 뵈고이 안이 뵈이는 것은 귀신에게 잇고 사람에게 잇지 안이하고

ᄯᅩ한 귀신이란 것은 본래 별것이 안이라 사람 죽어 된 것이 귀신인즉

귀신의 모양도 사람의 모양이지

그 귀신 ᄶᅩᆺ는 방문은 형의 집 벽장 문에 붓텃스니 가서 ᄯᅦ여 가지고 오소

가언은 자긔 집에서 본 적이 업는 무슨 방문이 잇다는 말슴에 대하여 더구나 의심이 난다

수작을 긋치고 집에 돌어와 벽장 문 열고 안 편을 보니

과연 울긋불^긋하게 그린 조희 한 장이 붓텃다

암아 이 물건이 방문인보다 하여 ᄯᅮᆨ ᄯᅦ여 가지고 돌우 선생ᄭᅦ 와 뵈이며

이것 말슴이요

대체 이것은 무슨 글자며 뉘가 써서 거긔다가 붓첫스며

선생이 보신 적 업시 엇더케 알으섯소

하는 말로 멋적게 뭇는다

선생은 맛침 은자 몃 량과 편지 한 봉을 압헤 노왓다가

가언에게 밀어 맛기시며

그 방문은 룡의 ᄯᅡᆯ이 오날 이런 일이 잇슬 줄 알고

중매겸 보조겸 써 두고 간 부적이니

내가 전일에 말하든 냉수 한 그릇 갑이라 하든 것이 그것일세

그 부적과 이 은자와 이 편지를 가지고 형의 아들을 다리고

이 길로 곳 그 집에 가서 그 녀자를 차저 보고 편지를 준 연후에

그 녀자가 하자는 대로 부적은 병인의 몸에 진이여 두고

사람들은 병인의 겻흘 ᄯᅥ나지 안이 하면

래일 밤 자 시량 후에는 귀신이 자연 물너 갈 터이지

이 은자는 병 구원하는 몃칠 동안 일용하라는 것이니

의심할 것 업시 어서 밧비 가소

선생의 말슴을 드르니 대강령 알겟소만은

룡의 ᄯᅡᆯ도 압일을 아는 법이 선생이나 다름 업는대

그러한 신령을 다려다가 내 아들의 ᄶᅡᆨ을 만들려 하섯습더닛가

그 일은 암아 선생이 잘못하신 일인 듯 하오

그는 내 잘못한 일이라 할 만도 하지만은

못 아정한 운수가 잇서서 그러케 된 일이니

내게 책망은 두엇다가 하고 형의 일이나 어서 밧비 하소

부탁이 정중하시고 재촉이 긴급하시니

선생이 당신의 일을 보아달라 하신ᄃᆡ 도방 색지 못하겟는 가언으로서

저의 일을 저다려 하라 하시는 바에야 사양할 길이 잇는가

죽지는 안이리라 마음을 곳처 먹고 부적과 은자와 편지를 가지고

자긔의 집에로 와서 아들에게 그 사실을 대강 일넛스니

득연은 부친의 명령대로만 하는 사람일ᄲᅮᆫ 아니라

선생의 지도하심이 계시다는 바에 무슨 개론이 잇스리오

동리 사람에게 집을 보아달라 부탁하고

부자가 갓치 나서서 눌은 ᄭᅩᆺ 울타리와 붉^은 닙 숩풀을 마음 업시 구경하면서

서너 시간만에 월게촌 위흥의 집을 차저가 보니

두어간 초개집에 경상이 소슬하다

수년을 방에 침면하여 목숨 거의 진하게 되엿는 위흥은

ᄯᅡᆯ의 애쓰는 모양도 애석하고 병을 견듸여 가기도 괴로워서

어서 죽기만 바라는 바에 찻는 사람이 잇슨들 응답할 수가 잇는가

그 ᄯᅡᆯ 일애(一愛)는 천생 효녀라 가세가 간구한 중 친환이 위중함애

애절통박하여 목숨을 대신하는 일체로

주의하고 친환을 곳처주는 사ᄅᆞᆷ이 잇게 되면

몸을 밧치겟다는 맹언이 잇섯슴으로

문밧게 혹시 사람의 소리가 잇스면 친환을 보아 주려는 사람이 왓는가 녁여

불계하고 나아가 문의하든 터임애

이 날 ᄯᅩ 누구가 와서 찻는 소리를 듯고

곳 나아와 사리문 엽헤 빗켜서며

어듸서 오신 손님이신지 가르처주실 말슴이 잇소닛가

뭇는다

가언은 다른 것은 몰으되 그 녀자가 자긔의 며누리 되겟는 녀자인 줄 알은 아는바

창고한 생각으로 자식 되겟는 사람다려 위대하기도 엇더하고

남의 집 처^녀다려 하대하기도 어려워서 엉거주춤 반말이라

나는 가언이란 사람인대

이 댁 주인ᄭᅦ서 병환 계시다는 말을 듯고 곳처 듸리려 왓거니와

하면서 자기가 무슨 술법이나 잇는 듯이 말한다

그 말 드른 일애는 반색하여 로면하며 서슴 업시 썩 나서서

ᄯᅥ러진 의상에 흙 뭇는 것도 교계 안코 어엿분 얼골이 ᄯᅡᆼ에 다읏도록 절하면서

어버이에 병환을 평복되게 하여 주시면

몸이 맛도록 명령을 밧드러 대은덕을 만분지일이라도 갑허 들이오리다

가언은 무슨 렴치인지 그 절을 우두머니 밧고 그 말을 마음 잇시 드르면서

용지와 행동을 자세이 삷혀보니

절대가인이라 함보다도 더 조흔 요조숙녀라 할 만하다

아조 자긔에 며누리로 인정하고 속으로 다행이 녁이여 하는대

일애는 그 ᄭᅡ닭도 몰으지만은

친병을 구료하기에만 정신이 잇고 다른 일은 교계치 안는 사람이^라

곳 가언을 청하여 병친의 압헤 갓치 들어가 부친의 몸을 얼우만지며

아버지 병환 곳처들일 어룬이 여긔 오섯슴니다

정신을 찰히시와 말슴을 하십시오

하는 말 속에 가련한 긔색과 지극한 정셩이 나타난다

(이 소설을 보는 사람이 저술자의 붓쥐인 손을 붓들고 뭇기를

일애의 거동은 갸륵하오만은 사람의 마음은 밋지 못할 것이라

일애의 몸을 밧친다는 소문이 사람의 욕심을 동하게 되여

슬금이 와서 얼넝대다가 상말에 네 병은 낫든지 마든지

내 약 갑이 내라는 격으로 일애를 겁박하면 고혈한 일애가 엇더케 방차하겟기에

생면대척인 가언의 자청하는 한 마듸 말을 유공불급하여 준행하려 하니

그런 소홀한 일이 어대 잇스며

ᄯᅩ는 몸을 바친다함은 안해나 첩이나 되겟다는 말이니다

늙은 가언 혐의치 안는 것도 인정이 안이라

이는 다 의심된 문제가 안이야

저술자는 무엇이라 대답하겟소

저술자는 웃으며 대답하기를

몸을 바친다함은 친병만 알고 몸은 이저버린 것이니

친병을 곳처주겟다는 사람이 잇는 바에 엇지 ᄯᅡᆫ 의심을 두리오

그 말대로 준행하여 가다가 병을 곳치지 못하는 동시에는

일애 갓치 강명한 녀자로서 무단이 남에게 ᄭᅳ을릴 지경이면

엇지 조처하는 도리가 업겟는가

ᄯᅩ는 몸을 밧치여 덕을 갑는 자리에 늙고 젊은 것이 무엇이리오 한다

그 말은 그만두고 이 ᄯᅢ에 위흥은 정신이 출몰하여

눈을 감은 체로 누어서 호흡이 천촉하여 말을 일우지 못한다

일애는 눈물을 먹음ᄭᅩ 가언을 향하여

부친의 말슴은 드를 길이 업사오니

당신ᄭᅦ서 진맥도 하시고 찰색도 하오서 무슨 병환인가 집증하오서

약을 시험케 하여 주십시오

하고 간청하엿스나

진맥이 무엇인지 찰색이 엇던 겐지 도모지 몰으는 돌파리 의원 가언은

선생의 편지가 집증이오 룡녀의 부젹이 약방문이라

집증붓터 하여 놋코 약을 차차 쓸 양으로

선생의 편지를 품 속에서 ᄭᅳ내여 일애에게 주며

이 편지는 강절 소선생 편지니 편지를 보면 ᄭᅡ닥을 알 터이지

그 말ᄲᅮᆫ이오

진맥이니 찰색이니 하는 경영도 업다

일애는 의아하여 편지를 밧어 들고 생각하기를

나도 소선생ᄭᅦ서 신긔한 도술이 만흐시다는 말은 들엇스나

나는 규중 녀자라 한 번 나아가 뵈옵든 못하엿거니와

선생ᄭᅦ서 먼저 편지를 내리심은 천만 의외라

하면서 편지 것봉을 보니 위가 효녀 일애보라 하엿고 ᄯᅦ여 보니 속에 쓰기는

그대의 부친은 전생에 효자로서 큰 구렁이 한아를 죽엿스니

그 구렁이는 불효자의 벌역을 밧어 구렁이가 되여 큰 나무 속에 웅거하엿는대

그대의 부친은 효자의 마음인고로

그 구렁이를 죽이고 십흔 생각이 자연이 생겨서 모계를 내여 죽인 것인대

그대의 부친은 하세한 후에 돌우 사람으로 태여나서 그대의 부친이 되엿고

그 구렁이 혼은 죄가 만흔고로 태여나지 못한바

구렁이가 전생 원수를 갑흘 양으로

그대의 부친이 액운이 중한 ᄯᅢ를 타서 병이 들게 하여

그대 부친의 명이 래일 밤에는 진할 터이나

그대의 부친은 효자의 보응으로^ 그대 갓흔 효녀를 두엇슴애

한울이 그대의 지성을 알으시고 가언에게 룡의 부젹을 맛기오서

그ᄃᆡ의 부친을 구호하여 그대의 효도를 완전케 하시는 ᄯᅳᆺ이 게신지라

룡의 부적이라야 배암을 제어하겟고 가언의 아들은 효자라

효녀와 효자가 룡의 부적을 가지고 병인의 겻헤 안젓스면

불효한 놈의 구렁이 귀신을 족히 ᄶᅩᆺ칠 터이니

그대는 부친을 호위하여 효도를 일우고 가랑을 ᄯᅡ루어 신의를 직히여

한울의 명하심을 순하게 밧게 하되

이 편지를 그대만 보고 가언의 부자는 뵈이지 말을지어다

그대는 부친을 위하는 마음이라 겁이 업겟거니와

가언의 부자는 남의 일이라 그 곡절을 알면 겁을 내기가 쉽고

겁을 내면 귀신을 ᄶᅩᆺ기가 어려은고로

나도 가언에게 귀신이 잇다는 말은 하엿스나 구렁이란 말은 안이 하엿스니

귀신이 올 ᄯᅢ에 그대가 태연하면

가언의 부자도 겁이 적어서 자연 무사할 터이니 별로이 조심할지어다

나는 한울 ᄯᅳᆺ을 대강 짐작함으로

그대의 효성도 위하고 가랑의 인연을 위하여 혐의로움 업시 이처럼 긔별할^ 이로라

하엿더라

일애는 편지를 자세이 본 후에 마음이 대단이 감격하여 눈물을 내려 옷깃을 적시우니

선생을 곰아워 우는 일애를 귀신이 무서 우는 일애로 아는 가언은

남의 병을 곳치려 왓다더니 자긔의 병이 홀연이 생기는대

의증이란 병에다가 겁증이란 병을 겸하여 눈을 크게 ᄯᅳ고 일애를 건너다 보며

나도 귀신의 빌미가 잇는 줄은 알지만은

그 귀신이 무슨 귀신인 줄은 몰으니 좀 가으처 주어

그 편지에는 필연 무슨 말슴이 잇겟지

하여 의원이란 명색이 돌의여 방문 ᄯᅳᆺ을 뭇는다

일애는 즉시 눈물을 것우고 다시 일어나 절하며

선생의 말슴대로 실정은 은휘하고 예사로은 말로

편지에 별다른 말슴은 업삽고

그 귀신이 대사롭지 안인 귀신이니

대인을 뫼시고 안저서 ᄶᅩᆺ치라 하섯슴니다

룡의 부적이 잇는 바에 걱정하실 것 잇슴닛가

말을 긋치고 긔색이 안정하니

가언은 일애의 말을 참으로 듯고 의중이 조곰 풀려서^ 겁증이 ᄯᅡ러 감한다

은자를 내여 아들을 식여 식량을 변통하여 조석을 공괴하니

며누리도 되기 전에 집안 식구ᄭᅵ리 모혀 세간살이를 자미롭게 한다

일애는 가언을 처음 대하서는 당신이라 하더니

선생의 편지를 본 연후에는 대인이라 일커르니 대인은 부친다려 하는 말이라

득연이 자긔의 남편 될 사람임을 알엇는 연고요

가언은 선생의 편지에 다 말슴하섯스려니 녁여

자긔의 입으로 혼인말을 내이지 안엿고